한줄 詩

삼천포 - 김사인

마루안 2019. 4. 15. 19:49



삼천포 1 - 김사인



담배 문 손등으로 비가 시린데 말이지,


갯가로 시집간 딸아이 웅크린 등에도 이 찬 비 떨어지겠고 말이지,


쉐타 팔짱 너머, 널어놓은 가재미 도다리나 멀거니 내다 보겠지,


터럭도 사나운 다리를 숭숭 걷골랑,


토수(土手)질 간 사위놈은 말이지,


지집 우흐로 용을 쓰던 그 딴딴한 아랫배며 장딴지로,


재 너머 고래실 흙반죽이나 찌거덕찌거덕 밟아쌓겄지,


비는 그새 굵어지는데 말이지,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








삼천포 2 - 김사인



할망구는 망할 망구는 그 무신 마실을 길게도 가설랑 해가 쎄를 댓발이나 빼물도록 안 온다 말가 가래 끓는 목에 담배는 뽁뽁 빨면서 화투장이나 쪼물거리고 있겄제 널어논 고기는 쉬가 슬건 말건 손질할 그물은 한짐 쌓아놓고 말이라 캴캴 웃으면서 말이라 살구낭개엔 새잎이 다시 돋는데 이런 날 죽지도 않고 말이라 귀는 먹어 말도 안 듣고 처묵고 손톱만 기는 할미는 말이라 안즐뱅이 나는 뒷간 같은 골방에 처박아놓고 말이라


올봄엔 꽃잎 질 때 따라갈 거라?






# 희한하지. 왜 나는 삼천포 하면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면서 아련한 옛 여행의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까. 오래전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남도를 떠돌 때 진눈깨비 내리던 삼천포의 겨울 항구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간만에 뽕짝 한 곡 듣는다. 삼천포라는 지명은 이미 떠나고 없지만 노래는 여전히 가슴에 남아 있다. 조만간 삼천포로 여행을 떠나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