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미자에게 - 황학주

마루안 2019. 2. 19. 19:36



미자에게 - 황학주



깨진 돌들이 널린,
날마다 언덕진 재개발 지구에 살이 있어서
끼니 한 덩이를 아래서 끌고 올라오고
앞니에 걸리는 신물
토하면서 울고 어제는 미자만이 보고 싶었다
해태 공장에서 과자를 싸고 있는 미자,
우리들끼리 다치고 사랑하게 만드는 돈이다
생기는 대로 가겠다고 한 이 달에
돈이 돼야겠는데
목줄기를 꽉 잡고 싶으며서 너도 다가오지 못하고
만날 때까지 꺼내지 않는 아버지의 안부
서로 찡하게 살 수 있구나
부우 바람고다리를 벌리고 있는 후끈한 얼굴들
통풍이 안 되는 시대의 벽면 속에
시퍼런 외마디를 정신이 빨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벽면 속에.



*시집, 갈 수 없는 쓸쓸함, 미학사








신촌리에서 - 황학주



누렇게 바람의 피륙 뻗어오는 신촌리
긴말 할 것 없는 목숨 한 점을
열 손가락에 묻히고
여기서 미로 속의 방 한 개 문을 가지고
나는 산판일 현장에 들락거렸다.
마음에 빗방울을 꽂고 있는 긴 장마를
막걸리 막사발 안에 바삭바삭한 한숨을
긴밤 내내 가슴 철렁인 수초를 만난
강가,
물살이 흐르며 한 물결씩
황사 바람을 삭여 나가고
인생은 때로 떠들 수 없는 문 앞에서
한뎃잠의 습기를 품고 기다리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날의 심신이 누렇게 날아오는 강
오래전에 근처 기다리던
첫사랑은 서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