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의 눈 - 정원도
새벽 4시의 눈 - 정원도
노동은 밤을 낮처럼 건너기를 강요한다
속도는 언제나 더 빨라지기만을 재촉하며
대기권을 벗어난 눈알처럼 궤도를 튀어 나갈 듯,
야간노동의 후유증이 불면의 벽 속에 꽂혀
필 수 없는 붉은 꽃들이 벽지 위로 낭자하다
충혈된 두 눈의 신경이 실타래처럼 엉켜와
망막에 걸려드는 사물들이
해파리처럼 거꾸로 매달린 채 부유하고
거대한 해머로 뒤통수를 내려치듯
잠은 명징하던 사실들을
먹먹한 무의식으로 전환시킨다
옆에서 누가 죽어나가든 말든
다른 나라야 침략을 당하든 말든
빈 집과 살아야 하는 아내가
벽지 속의 꽃이 되든 말든
새벽 4시의 노동을 건너는 일은
야윈 당나귀가 버거운 마차를 몰고 가듯
화상 입은 눈알이 모래밭을 굴러가듯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시집, 귀뚜라미 생포작전, 푸른사상
화물차 동행 - 정원도
화물차 배달을 간다
무더운 여름 공기를 가르며
순간 먹이를 향해 하강하는
망망대해의 갈매기 떼처럼 외롭게
억척으로 나의 먹이를 찾아 내달린다
이미 제 체구에 버거운 무게의 누적으로
낡아질 대로 낡아져서 투덜거리며
속도도 나지 않는 화물차지만
손에 배인 굳은살만큼이나 나의 일부가 된 짐
화물차도, 나도 후줄근히
땀에 범벅이 된 몰골로 들어서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여직원도 안쓰러운 웃음을 보낸다
땀내의 무게가
달릴수록 무거워지는 핸들 다시 고쳐 잡는다
# 노동의 거룩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시다. 노동이 천대 받는 시대라서 굳은 살 박힌 손바닥, 지문 지워진 손가락, 손등에 흉터가 박힌 손은 감춰야 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밥값을 내미는 투박한 손이 아름다운 손이다. 나는 왜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담배를 사고 카드를 내미는 하얀 손보다 기름때 묻은 투박한 손이 더 거룩해 보이는가. 까마득한 일이지만 육체 노동자가 존중 받는 시대가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