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노숙자 - 오세영
마루안
2018. 11. 26. 22:41
노숙자 - 오세영
아무래도 방향이 다르다.
일단 내려서 확인을 해 봐야겠다.
플랫폼을 착각해서 탄
경부선은 애초부터
실수,
이제 호남선으로 갈아탈까.
중앙선을 탈까.
그러나 운행 정보의 부실로 이번 역시
막차까지 놓쳐 버렸다.
한밤
아직 타야할 노선을 확정짓지 못한 채
기약 없이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의 환승객들.
오늘도 외진 서울역 한구석에 모여 앉아
기울이는 그 소줏잔.
*오세영 시집, 북양항로, 민음사
입관 - 오세영
한낱 쓰레기.
음식 쓰레기가 아닐까.
먹기 위해 살아온 한평생,
생활 쓰레기가 아닐까.
돈벌이에 몸 바친 한평생,
폐품 쓰레기가 아닐까.
권력에 눈이 먼 한평생,
재활용 쓰레기가 아닐까.
베풂으로 살아온 한평생,
평소 원했던 건
화장도 매장도 아닌 수목장인데
지나온 내 한생 아무래도
생활 쓰레기,
지상에 뿌릴 자양분 한 톨 남기지 못해
차라리
소각하는 편이 낫겠다.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