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다 - 황구하

마루안 2018. 11. 15. 19:18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다 - 황구하



나무 열매를 먹는 물고기가 있다네
물에 떨어진 열매 아삭아삭 삼키고 잘 여문 씨앗을 배설한다네


나무는 물고기의 혈통이라는 생각
그래서 연목구어라는 말도 가능태로 다시 명명해야 하지 않을까 궁리해보네


숲은 스스로 길을 내는 물소리 물고
아주 먼 길 거슬러 유영하는 어족의 나라


뜨겁고 습한 우기를 건너 하늘도 푸르게 한숨 자고 일어나면
바람 한 타래 알을 매달고 둥근 물결 이파리 사운거리네


랄랄랄라 나무 한 마리 두 마리 꽃을 피우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에서 더 어두운 곳으로 흔들고 흔들리네


세상 가장 슬픈 목숨은 나무로 서 있는 물고기부족
눈물이 범람할 때마다 깊은 잠을 헤엄쳐 어린 물고기 돌아온다네


당신이 허공으로 두 팔을 뻗는 동안
물고기 몸에 나뭇잎 문양을 새겨 넣으며 또 하나의 영토를 건설하는 나무가 있다네



*시집, 화명, 시와에세이








화명 - 황구하



함께 이루는 생은 얼마나 황홀한가


상주시 부원동 석운도예공방
토끼랑 닭이랑 네 집 내 집 없이 드나드는 앞마당 한쪽
늙은 호박 한 덩이


생을 이어주던 넝쿨넝쿨 다 어디가고
무거운 육신 밤새 내린 하얀 눈 속에 묻혀
노을빛 속살 덜어내는 중이다


검붉은 깃털 윤기 잘잘 흐르는 장닭 다가와
누비 눈으로 감싸인 어깨 부리로 쪼는 순간
덩덩, 북소리가 난다


해진 앙가슴에 달라붙은 토끼 두 마리
고개 갸웃거리며 갉아댈 때
샤샤샥 일렁이는 중심의 물결
생의 소리가 저 늙은 호박에 다 들어앉아 있나
감나무 아래 백구도 어느새 담장을 타고
허공을 향해 컹, 컹, 후렴을 한다


소리가 소리를 키우는 눈부신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