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오지 않느냐, 꽃샘 - 황학주
마루안
2018. 9. 28. 21:41
오지 않느냐, 꽃샘 - 황학주
이 들판에서 하루 자고 깨어 봐라
모래 언덕 좀처럼 강이 나오지 않는
땅을 다 지나
바람은 극성스럽게 찢어지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문턱에다 소리도 치고
디딜 새 없이 오지 않느냐
네가 오면 너의 연애도 오겠지
아들을 더듬어 거기를 슬쩍 만져도 보고
여기저기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전달도 받아
딸애 싸가지처럼 번뜩이며
강토의 세찬 그리움 푸지게 싸고 오는구나.
꽃샘을 따라
너와 같은 내가
나와 같은 네가
행길에서 날을 새운 누추한 사랑까지도 보여 주겠다.
*시집, 네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열음사
사랑하느냐고 - 황학주
그리워하는 사람의
기색이 달린 별은 쉬이 지고
등빛처럼 가까이 추억을 느끼며
지나가는 일을 버리고 나는 서 있다.
물어 보고 싶다,
기뻐하는 사람의
상처를 눈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까지
이렇게 가슴에 들어다 놓고
온몸에 약을 쓰는
사나이의 얼룩짐과 작음을
사랑하느냐고.
오늘 밤 네 별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