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당신이라는 국도 - 나호열
마루안
2018. 8. 23. 23:50
당신이라는 국도 - 나호열
처서나 이순 그때쯤의 서늘한 설렘을 아는가
그윽한 파문이 채 닿기도 전에 머쓱하게 손을 거두어들이는
차오를 듯 말 듯 이울어지는 낮달을 닮은 얼굴을 기억하는가
담쟁이넝쿨처럼 뻗어 나가는 푸르른 길
구름으로 엮은 하늘을 오르는 밧줄 같은 길을 지나
이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우체통으로 가는 마음은
밑이 빠진 편지함에 내려놓는 손에 들려 있으니
나는 한 줄의 긴 편지를 쓴다
순례자와 여행자의 동상이몽이
당신이라는 국도 어디쯤에서 피었다 진다
*시집, 촉도, 시학사
어떤 안부 - 나호열
소식은 멀리서 들어야 향기가 난다
세상 떠난 지 오래인 어떤 이의 부고가
산다화 필 무렵 눈에 짚이고
야반도주한 모 씨가 부자가 되었다는 누더기 같은 이야기를
흘러가는 강물이 귀를 씻어 주듯이
그리운 소식은 길이 멀어야 가슴에 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