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언 - 김왕노
슬픈 전언 - 김왕노
그래 잘 가라
내내 무사하라
내 뼈마다 마디마다 이별의 바람이 차는지
이리도 통증이 깊어오는데
부디 행복하라, 난 그렇지 않더라도
즐거운 노래로 네 창가 은사시나무나 춤추게 하라
나 이별로 목이 잠겨 울 테지만
이별은 후폭풍같이 몰아쳐 와
이별을 맞아 찢어져 너덜거리는 마음을
한 땀 한 땀 기워야 할 어떤 바늘도 없고
허떤 첨단기계로도 수술로도 봉합하지 못한다.
이제는 나와 함께 울어줄 별이 뜨고
나와 웅크릴 어둠이 오고
나와 소리쳐 너를 부를 저 사막 같은 밤과 소쩍새가 온다.
가서는 부디 아무 탈 없이 만사형통하라
난 그렇지 않더라도
내게 남은 일이란 너를 기다리는 일
기다리며 삭아져 가는 것
그래, 그래 마음껏 손 흔들며 잘 가라
난 아무렇지 않는 듯 웃어 줄 테니
보이던 네 등이 가물 가물거리면 그때서야 엎어져
몸무림 칠 테니, 울 테니
내가 할 일이란 그 밖에 그 무엇이 있으랴
응응 그래 잘 가라
비가 오기 전에 바람이 들이치기 전에
대지 같이 넓고 뜨겁다는 누군가의 가슴 속으로
아기자기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베란다 가득 물기 머금은 네 생을 다시 피우려
네 아니면 이제부터 내 사랑은 불구라는 것
그 누구를 다시 사랑할 수 없다는 것
그렇더라도 별 탈 없이 잘 가
제발 되돌아보지 말고 무사히 잘 가라
*시집,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천년의시작
동시대 고찰 - 김왕노
장대 같은 말 좆을 타고
자신에게 달려 끄덕끄덕 조는 말 좆을 타고
쇠북소리 속에 자귀나무 꽃 피는 마을을 찾아
강물에 연등 흐르듯 흘러가는 사내
따뜻한 질 같은 시절은 없었다.
말 좆을 위로하는
밤꽃 냄새 진동하는 어떤 밤도 없었다.
말 좆을 타고 끄덕끄덕 흘러가는 사내
말 좆 위에 평생을 싣고 오늘도 내일도 가는 사내